EP 《사랑으로》 이후 또 한 번의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 신곡은 긴 휴식과 정체의 시간을 통과하며 쓰인 곡으로, 쳇바퀴 같은 일상과 자조로 뒤엉킨 나날 속에서 곁을 지켜준 사랑으로 마침내 다시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밥을 먹고, 약을 삼키고, 청소를 하는 반복. 소파 위에서 흘러가지 않는 시간을 견디며 스스로를 향한 원망과 자책을 쏟아내던 날들이 있었다. 내가 힘겹게 일구어 놓은 것조차 다 잊힐 만큼 눈과 귀가 닫힌 고립을 겪을 때, 모든 것이 지쳐 멈춰버린 자리에서도 끝내 흐려지지 않은 단 하나의 진실은 늘 곁에 있어준 존재, 그리고 그 온기에서 비롯된 사랑이라는 확신이었다.
'Godspeed'는 흔히 행운을 비는 뜻이지만, 곡이 노래하는 현실은 지독히 나쁜 운으로 가득하다. 이 냉소적인 일상 위로 역설처럼 던져지는 곡 제목처럼 중반부터 은은하게 스며들다 폭발하듯 고조되는 스트링 선율은 무겁게 침체된 마음에 선명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며 구원의 정서로 반전된다.
결국 또다시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지라도, 곁에 있는 사랑을 품은 채 우리는 마침내 다시 내달리기 시작한다.
혁오의 《KoK》는 성취의 정상이라 생각했던 지점에서 마주하는 역설적인 고독을 다룬다. 모두가 성공을 꿈꾸지만, 그 성공의 열쇠를 손에 쥐는 기회는 모두에게 균등하게 열려 있지 않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기회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모두가 힘든 삶을 견뎌내지만, 우리가 원하는 그곳에 도달하면 우리는 비로소 성공한 걸까?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며 하루를 살아내는 보통의 우리는 부디 ‘그날’이 오길 바라지만, 우리가 바란 ‘그날’은 정말 ‘그날’이 맞을까?
저마다 닮아 있는 정답 같은 내일, 어쩌면 ‘그날’은 영영 다가오지 않을 희미한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 《KoK》는 잡기 어려운 꿈을 위해 매일을 버텨내는 평범한 이들이 품어온 고단한 열망과, 오지 않을 그날을 향해 던지는 쓸쓸한 질문을 정밀하게 조명한다.